여름을 보내며

유미령 시인

편집국 | 기사입력 2024/07/22 [17:46]

여름을 보내며

유미령 시인

편집국 | 입력 : 2024/07/22 [17:46]

뙤약볕 타들어가는 들녘 끝에서

주홍빛 구름이 뭉그적거리고

소금에 절인 바람은

초저녁 목청 높여 우는 숲속 매미에게

안부를 묻고 돌아 날아갑니다

 

달궈진 하오의 햇살을 받으며

질기게 버틴 풀섶 옆에서

또한 질기게 버틴 나를 찾아올 내님은

가을을 데려와 온천지에

알록달록 붓 칠을 하리니

 

분노의 여름이 제 분에 못 이겨

지열로 들끓었던 8월의 끝을

세월의 뒷켠으로 보내며

숨 찾던 가슴 지그시 누르며 바래봅니다

 

시간이 흘러도 질리지 않는 사랑으로

내님 눈동자 속에서 내가 영원히

반짝였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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