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별곡

유미령 시인

편집국 | 기사입력 2024/08/27 [20:11]

여름별곡

유미령 시인

편집국 | 입력 : 2024/08/27 [20:11]

여름은 온통 짙푸른 신록이다.

먼데 바라보면 이네 눈동자에 푸른 물이 들고

동네 어귀 새로 생긴 공장에서 날아와

툇마루에 쌓인 검은 먼지 닦아내는

어머니 갈라진 손금

손금 타고

방학하고 온 막내 건강 위해

늘어진 장닭털 뽑아낸

어제의 허무가 흐른다.

 

한 낮 햇빛조각 너울거리는 문발사이

작년 가을 쓰러져 누운

아버지 풀석이는 이불깃에서

삶은 죽음보다 강하다는 함성이 묻어나고

함성은

어머니 구부러진 등 타고

오늘의 허무로 흐른다.

 

땀방울 섬짓 등골 흐르는 삼복더위는

껍질 벗겨지는 마당 가운데서 아우성 치고

담 밑 수수밭에 열린

옥수수 살 속에 고향 등진

아이들 얼굴이 어린다.

! 이제는 텅 빈 여름 땡볕에 남아

슬쩍 찾아드는 풍년의 가을을 기다리며

어머니는

볼타고 흐르는

내일의 허무를 닦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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