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온통 짙푸른 신록이다. 먼데 바라보면 이네 눈동자에 푸른 물이 들고 동네 어귀 새로 생긴 공장에서 날아와 툇마루에 쌓인 검은 먼지 닦아내는 어머니 갈라진 손금 손금 타고 방학하고 온 막내 건강 위해 늘어진 장닭털 뽑아낸 어제의 허무가 흐른다.
한 낮 햇빛조각 너울거리는 문발사이 작년 가을 쓰러져 누운 아버지 풀석이는 이불깃에서 삶은 죽음보다 강하다는 함성이 묻어나고 함성은 어머니 구부러진 등 타고 오늘의 허무로 흐른다.
땀방울 섬짓 등골 흐르는 삼복더위는 껍질 벗겨지는 마당 가운데서 아우성 치고 담 밑 수수밭에 열린 옥수수 살 속에 고향 등진 아이들 얼굴이 어린다. 아! 이제는 텅 빈 여름 땡볕에 남아 슬쩍 찾아드는 풍년의 가을을 기다리며 어머니는 볼타고 흐르는 내일의 허무를 닦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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