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청설모

서문

최병우 | 기사입력 2024/09/09 [15:46]

노인과 청설모

서문

최병우 | 입력 : 2024/09/09 [15:46]

▲ 최병우 시니어기자

 

주변에서 책을 출간하는 분들을 볼 때마다 나는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 왜냐하면, 내겐 편지 몇 줄 쓰다가 막히는 게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게 변고가 생겼다. 노인복지관에서 인문학을 수강하던 중 글쓰기 과제가 있었다. 몹시 부담스러워 차일피일 미루다가 간신히 써서 제출했는데 뜻밖에도 강사이신 박요섭 교수님께서 나의 글을 대폭 다듬어 수강생들에게 읽어 주었다. 듣고 있던 나는 그때 나 자신도 모르게 글쓰기의 묘미에 흠뻑 빠져버리고 말았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동심으로 돌아가 고향의 옛 모습과 부모님을 생각하며 글을 쓰게 되었다. 난 그때마다 스스로 감동에 빠지기도 하고 불효했던 자신이 부끄러워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어쩌다 글쓰기를 포기하려면 교수님께서 일본의 시바타도요할머니는 94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틈틈이 글을 써서 시집을 냈다며 혼돈과 정체에 빠진 내게 희망과 열정을 부어주었다. 이러한 가운데 옛 기억을 더듬어 쓰게 된 글이 제법 쌓여 팔순 기념으로 출간하기에 이른 것이다.

 

나는 글을 쓰면서 무한한 행복을 느꼈다. 흔히 칠십 전후 십여 년을 인생의 황금기라 하는데, 어쩌면 내가 지금 그때를 맞고 있나 보다. 사람은 희망이 있어야 할 일도 생기고, 그 하는 일을 통하여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철학자 칸트는 사람이 행복하려면 할 일이 있어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앞날에 희망이 있어야 한다. 만일 세 가지 중의 하나가 없다면 스스로 채워서 불행해지는 것을 예방하고, 행복해지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했다.

 

나는 위 조건 중 현재 내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았다. 그것은 뚜렷한 희망과 집중할 만한 일이 없다는 것이다. 왜일까. 그건 늙었다고 생각하는 부정적인 관념 때문이다. 나는 이런 관념을 진작 버렸어야 했다. 그래도 늦게나마 지금까지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가 노인의 자존감이고 진귀한 보석임을 확신하게 된 것은 다행이라 하겠다.

 

이런 맥락에서 생소했던 글쓰기를 늦었지만 계속하고 싶다. ‘행복은 무언가 집중할 일을 만들어 행하므로 느끼는 부드러운 황홀감이라 한다. 이런 황홀함이 내게 글쓰기를 통하여 노년을 즐겁고 열정적이면서도 여유롭게 지내고 싶다. 끝으로 글쓰기를 지도해 주신 박 교수님과 출판사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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