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해방둥이로 태어났다. 그때는 누구나 할 것 없이 먹고 사는 게 쉽지 않았다. 더구나 어려서부터 허약체질인 내가 담배와 동행했다는 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만남이었다. 그러나 그 후에도 흡연은 가정이나 직장에서 심각한 문제없이 오랫동안 나의 동반자가 되었다. 그러다가 결혼을 했고 3년이 흘러갔다.
3년 동안 아내는 나의 담배 피우는 모습이 좋아 보였는지, 담배의 구수한 냄새와 자욱한 연기가 좋아서였는지 담배를 끊으라는 말은 한 번도 없었다. 이렇다 보니 나는 신나게 흡연을 즐겼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에게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아내는 어린 시절에 주위에서 남편을 잃은 미망인들을 많이 보며 자랐다고 했다. 그 당시 미망인들의 삶은 오늘날의 사정과는 엄청나게 달랐다.
자식들을 먹여 살리려면 어떤 일이라도 닥치는 대로 해야 했다. 농촌에서는 일거리라야 농사일밖에 없었다. 일터에서 미망인들은 늘 풀이 죽었고, 또래의 여인에게 업신여김은 물론 못된 남정네들의 농담과 수작에도 속수무책이었다.
또 남편을 잃은 것도 서글픈데 아들 잡아먹은 년이라며 학대하는 시어머니의 구박에 어느 며느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한다. 자기 혼자 죽으면 어린 두 남매가 천대받을까 봐 자식들을 먼저 약 먹여 죽이고 자신도 자살했다는 것이었다.
아내는 친정에서 이런 모습을 자주 봐서인지 남편을 잃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일이라며 나의 건강을 항상 살폈다. 더구나 나의 허약한 체질을 잘 알고 있기에 걱정은 단순한 잔소리의 수준을 이미 넘고 있었다. 또 죽은 사람이야 모르겠지만 남은 처자식의 험난한 세상살이를 생각해보라고도 했다.
나는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만약 내 아내가 미망인이 되어 냉대와 질시는 물론 못된 남정네들의 수작에 시달려야 된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자녀들은 또 어떤가. 아버지 없는 자식이라고 무시당하며 자랄 것을 생각하니 왠지 모를 분노마저 치밀었다.
“나는 왜 지금까지 나 자신만을 위해 살았을까. 왜 나 혼자 멋대로 살다 죽으면 그만이란 이기적인 생각을 했단 말인가. 가족은 하나의 공동체가 아닌가. 나의 건강은 온 가족의 건강이고 행복의 초석이 아닌가?”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아내가 지금까지 그토록 남편의 건강을 챙기며, 보약이며 영양식을 애써 만들어 준 것이 다 나를 위함이었다고 생각하니 고마움을 넘어 아내에게 죄를 짓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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