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청설모

제3부 밤하늘의 별/어느날 돌아온 돈 봉투

편집국 | 기사입력 2026/04/05 [10:28]

노인과 청설모

제3부 밤하늘의 별/어느날 돌아온 돈 봉투

편집국 | 입력 : 2026/04/05 [10:28]

▲ 최병우 시니어기자

 

아내는 나보다 더욱 낙심하는 듯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그 사람이 워낙 빚이 많고 성질이 더러워 받아내기 힘들 것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풀이 죽었다. 설상가상으로 내가 서울로 발령받아 곧바로 수원으로 이사하게 되어 우리의 마음은 더욱 조급했다. 나는 먼저 가서 셋방을 구해야 했다. 돈이 필요했다. 그러므로 그 돈이 더욱 절실했다. 그러나 빌려 간 사장은 행패만 부려대니 하는 수 없이 부모님에게 돈을 빌려 방을 얻어야만 했다.

 

이사하던 날 아내가 사장 부인을 마지막으로 만나긴 했으나 돈은 받지 못했다. 그 대신 나중에라도 꼭 갚겠다.”라는 말만 듣고 떨어지지 않는 먼 길 수원으로 이사하게 된 것이었다. 나는 아내에게 그분들이 어려워서 그렇지 언젠가 줄 것이니 너무 염려하지 말라고 위로해 주었다. 그러나 나 역시 내심으론 받아내기 힘들 것 같아 언짢아했다.

 

수원으로 이사 온 후의 생활은 고달팠다. 6개월 후 낳은 둘째 아이가 너무 울어대는 바람에 이사를 두 번이나 했고, 고등학생이었던 큰집 조카까지 돌보느라 아내는 파김치가 되었다. 그런 가운데 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빌려주었던 돈 20만 원은 아쉽지만, 포기해 버린 지도 오래되었다. 받으러 갈 수도, 연락도 할 수도 없었다. 그 돈만 생각하면 아깝고 분하여 잠도 안 오고 후회도 되었다. 그러나 밉지만 그만 잊어버리자고 아내와 누차 다짐했다.

 

그렇게 마음 삭이며 지낸 어느 날 깜짝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서울로 출근하여 사무실에서 일하는데 나를 찾는 전화가 걸려 온 것이었다. 못 듣던 여인의 목소리인 터라 누구냐고 물었더니 경상도 영주에 살던 공장 사장의 부인이라고 했다.

 

수위실로 내려가 인사하고 휴게실로 옮겨 음료를 나누며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공장이 망한 후 우여곡절 끝에 서울로 이사하여 근근이 살고 있다고 그녀가 말했다. 그러고는 나에게 돈 봉투를 내밀며 경상도 영주지방의 사투리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아무리 어려워도 그 마음 착한 새댁의 돈을 떼먹어야 되겠습니껴. 나도 마음이 왜 안 아펐겠습니껴. 이자는 못 드려도 본전만이나마 받아 주이소.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해지지 않겠습니껴! 새댁에게 내 말을 꼭 전해주소.”

 

나는 감격 속에 그 봉투를 받으며 고맙고 감사합니다. 앞으로 돈 많이 버시고 잘 사세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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